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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完​ - ​9화 최고의 손자

판타지/보답받지 못했던 마을 사람 A

by 책방사장 2020. 6. 2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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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답받지 못했던 마을 사람 A, 귀족에게 주워져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 데다, 실은 가지고 있던 전설급 신(神) 스킬도 각성했다.

 

프롤로그 完

9화 최고의 손자

 산책을 마치고 에바를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오니 집 앞에 마차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익숙하다, 영감의 마차다.

 또 온 건가? 깜짝 놀라 저택에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마테오 님."

메이드가 마중 나온 김에 물어봤다.

"다녀왔어. 할아버지께서 오셨어?"

"네. 큰 주인님은 손님과 함께 거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또 손님? 알았어―아 맞다 맞다, 내일부터 매일 케이크가 도착할 거니까. 받으면 에바한테 줘."

“잘 알겠습니다”

메이드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발길을 돌려 에바를 데리고 거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귀족의 손자가 된 지 몇 년,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귀족이라든가, 나 같이 실질적으로 귀족의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은"값을 지불해"라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귀족들이 쇼핑하면서 직접 돈을 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돈을 지불하는 것은 하인들이고 귀족들은 하나하나 세세하게 금전적으로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며 섣불리 말한다면 쪼잔하다고 여겨진다.

그런고로, 절약이라니 말도 안 된다.

그것을 말하는 순간 괴짜라고 보일 것이다.

 아니 괴짜로 보이고 끝이라면 괜찮을 것이다..

 잘못하면 귀족 실격이라고 생각되거나, 실은 가세가 기운 것은 아닌지, 엉뚱한 의심을 받고, 돌고 돌아 실제로 집이 기울어져 버리는 케이스도 있다.

그래서 귀족들은 상식적으로 돈에 관해 하나하나 이야기하면 안 된다.

 뭐 그건 그렇고.

매일 에바의 간식, 가벼운 식비 종류다.

서민 가정에서도,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대들보라면 이 정도는 일일이 신경 쓰지 않을 정도다.

 나는 전부 맡기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에 거실에 도착해 문 앞에 섰다.

 내 집이지만 영감의 저택이기도 하다.

영감이 손님을 데리고 왔다면 더더욱, 나는 문을 노크하면서,

"마테오입니다"

 하고 약간 '격식 차린' 듯한 목소리를 의식하며 말했다.

"음, 들어오거라."

"응. "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깜짝 놀랐다.

 거실에는 두 사람과 한 마리…가 있었다.

 한 사람은 영감이다.

할아버지는 그냥 소파에 앉아 있어.

메이드에게 내준 설탕이 듬뿍 들어간 흑차…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과 한 마리― 이쪽이 좀 이상하다.

무려 거실―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도마뱀 ―일어나면 아마 어른 남자보다는 큰 도마뱀일 것이다.

그 도마뱀이 앉아있고, 청년 남자는 그 등에 재래식 화장실에서 똥 싸는 것 같은 자세로 앉아있었다.

웬 도마뱀? 그리고 왜 저렇게 불량스럽게 앉아있는 거지?

그런 나의 의문을 뒤로하고, 영감이 입을 열었다.

"소개하도록 하지. 이 남자는 레이프 머튼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머튼 씨. 마테오 로렌스 록웰이라고 합니다."

 나는 가볍게 자기소개를 하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저게 그 레드 드래곤?"

레이프는 대답을 하지도 않고, 여러 가지로 생략해버린 느낌으로 내 옆에 있는 에바에게 시선을 보냈다.

"어엇, 응."

"크게 할 수 있다고?"

"맞아. "

"거기서 해봐"

"응, 알겠어. 그런데 실내인데, 일부만 해도 괜찮을까?"

"일부?"

"응, 이렇게."

 여러모로 짚이는 바도 있지만, 할아버지가 데려온 사람이다, 탐색은 진정되고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에바를 만졌다.

"앞발이야"

 에바에게 그렇게 말하고 나서 마력을 쏟는다.

그러자 에바의 앞발이 거대해졌다.

레드 드래곤의 성체 모습, 거대한 앞발이.

"헤에, 재미있잖아."

"재미있어?"

"그것 좀 부검시켜 줘."

"뮤!?"

 에바가 흠칫했다.

 앞다리가 순식간에 오그라들고 완전한 강아지 틱한 모습으로 돌아가 내 등에 숨었다.

매달리는 작은 몸이 조금씩 떨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어.

 나는 겁에 질린 에바를 쓰다듬어 주면서 레이프에게 항의했다.

"안 돼. 그건."

"그래? 뭐, 유니크급이면 갈아치울 수 없으니까, 부검은 마지막에 부탁할까?"

 아니 아니 마지막이 아니라 부검 자체도 그만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

 아직 아주 잠깐의 교제다.

얼굴을 본 지 3분도 안 됐다.

그럼에도 알 수 있다 ―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레이프 머튼이라는 사람은, 아무래도 꽤 괴짜같은 성격의 남자인 것 같다.

 자기소개도 하는 둥 마는 둥, 에바를 해부하겠다는 둥.

 보통 사람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언행들이다.

 그 '있을 수 없다'의 타깃이, 에바에서 나에게 옆으로 향해졌다.

"너도 재밌구나"

"내 부검은 더 안 돼!"

이번엔 역시 목소리가 나왔어.

해부 좀 해봐도 될까? ―― 라니, 시간차 태클에 가까운, 이 자리를 누그러뜨리는 농담에 가까운 것이지만.

"안 되나?"

"안 돼!"

싫은데 '정답'이라니, 레이프는 실제로 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머튼아, 그건 용서 못 한다."

 영감이 옆에서 참견을 했다. 그때까지는 잠자코 지켜보는 느낌이었는데 갑작스럽다.

 순간 나까지 섬뜩했다.

 방 온도가 10도 정도 단번에 내려간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그 정도의 살기를 띠고 있었고, 가만 보니 어마어마하다― 살인자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왜?"

"내 손자라서 그렇지."

"손자라고 해도 피가 이어진 건 아니라고 들었어. 다리 밑에서 주웠으니까 개나 고양이와 비슷하지 않겠나?"

"손자는 손자다."

"음…역시 노인은 머리가 이상해. 이해하기 어렵다."

 아니 아니, 지금은 노인이라서 그런 건 아니잖아.

보통 사람이라도 그런 반응을 한다. 영감님이 급이 다른 살기를 보일 뿐 본질은 같은 거니까.

 머리가 이상한 건… 오히려 레이프 쪽이지 않나 싶다.

"어쩔 수 없다. 아무래도 영감님 말씀을 들으니 당신도 유니크급인 것 같으니 부검은 다음 기회로 미루지."

"유니크?"

"모르나? 유일하다는 뜻이야"

"유일……"

나는 에바를 봤다.

방금도 에바를 향해 그런 말을 했었지.

아니, 에바는 알겠다.

알을 만졌더니 갑자기 부화한다든지, 일부만 성장할 수 있다든지, 애초에 레드 드래곤이기 때문이라든지.

 아마도 에바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꽤 특수한 아이일 것이다.

 그건 알겠는데... 나도?

"그걸 위해 레이프를 불러온 게다."

 살기를 거둔 할아버지가 마치 내 마음을 읽은 듯한 타이밍에 의문에 답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 남자를 왜 데려왔는지 묻지 않았구나?

 머튼의 캐릭터가 너무 강렬해서, 인사 대신 한 방 먹은 탓에 정신이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할아버지."

"마력에 관했던 일을 기억하니?"

"어엄, 내가 강한 마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

“그래. 전에 부른 녀석은 힘의 정도를 못 알아내니까 대신 애놈을 불렀지. 이놈은 이래 보여도 마법공학의 천재지. 마테오와 얘기해보면 알 수 있다고 했지."

"그렇구나."

 과연 그런 것인가,라고 나는 납득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알고 싶은가 하는 의문은 들지 않았다.

영감님부터가 나를 자랑하기 위해 측정해보고 싶은 거겠지.

아이가 똑똑하다는 것을 알면 각종 시험을 치르게 해 점수를 자랑거리로 만들고 싶은 것과 같다.

그건, 세상의 여느 부모님들과 다를 바 없다.

아니 부모보다 조부모가 더 그런 경향이 많다.

 부모가 자식을 한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교육상 어떤가 하는 사람도 있지만 조부모가 손자한테 빠져 산다고 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수긍하고 흐뭇해하는 법이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꺾이지 않고 나의 마력을 측정하기 위해 새로운 상대를 데려온 것에 납득했다.

"그런가, 천재님이시구나."

다시금 레이프를 봤다.

지금도 포니 위에서 똥 싸는 자세 그대로, 이야기하지 않을 때는 아마 메이드가 내놨을 케이크를 손으로 움켜쥐고 와구와구 먹고 있다.

 천재라기보다는 지금으로서는 괴짜 요소가 강하지만― 응, 영감이 그렇게 말하고 데려왔으니 확실히 천재일 거야.

"알겠습니다. 잘 부탁해요. 머튼 씨."

"그럼 벗어"

"헤?"

"이번엔 뭐냐, 레이프."

영감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또다시 방안의 온도가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레이프는 그것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제대로 측정하고 싶지? 그럼 벗어야 해"

"음?"

"몸에 본인의 육체의 것이 아닌 것이 붙어 있으면 측정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적당히 재도 좋다면 그래도 돼."

"크으음"

 싫은 건 아니잖아, 영감님.

"머튼 씨, 꼭 벗어야 해?"

"괜찮아, 정확도가 낮아질 뿐이니까."

"그렇다면, 우선은 입은 채로 잴게. 그래도 정 안 되면 다시 생각해보고."

"그렇군."

레이프는 수긍했다.

나는 우선 옷을 입은 채 측정하기로 했다.

"그럼 하인 몇 명 좀 쓰게 해줘"

"음"

 영감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인을 불렀다.

할아버지를 ‘큰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이 집의 메이드 세 사람이 연이어 방에 들어왔다.

 영감은 인원수를 확인하고 나서 레이프 쪽으로 돌아섰다.

"세명이라도 괜찮은가?"

하고 물었다.

레이프는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희들. 거기 상자에서 내용물을 꺼내줘."

레이프가 시선을 끝, 방구석에는 그가 가져온 것 같은 짐이 있었다.

메이드들은 명령에 따라 상자를 열고 내용물을 꺼냈다.

 어떤 장치에, 그 장치에서 선이 연결되어 있고, 선의 끝은 반지 같은 느낌으로 되어 있었다.

그렇게― 10개 있었다.

"그걸 이 아이의 손가락에 다 끼워줘"

레이프가 말하자, 메이드들은 끝부분의 반지 같은 것을 가져와 내 손가락에 끼우고 갔다.

십여 개가 있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실제로는 딱 20개였다.

 두 손과 두 발, 딱 모든 손가락에 들어갔으니 스무 개다.

"그럼 적당하게 마법을 써봐"

"마법? 어떡하면 되는 거야?"

"뭐야? 설마 마법 못 쓰는 거냐?"

"응. "

 내가 대답하자 레이프는 어이없는 눈으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말로 하지 않아도 알겠다, '이야기와는 다르잖아'라는 눈이다.

규탄 받는 쪽인 영감이지만 전혀 동요하는 기색은 없고, 나를 향해 말해 왔다.

"마테오야, 그 아이를 다시 한번 거대화시키면 되지 않을까?"

 하고 에바를 가리켰다.

그렇구나, 에바를 거대화할 때 마력을 쓴다고 했었지?

"그걸로 되는 거야?"

"마법이라기보다 마력을 쓰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괜찮은데. 누누이 말하지만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확도가 떨어져, 적당히 할 수밖에 없으니까."

"응, 알았어"

 나는 분명히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프는 아까부터 기분이 언짢아지고 있지만, 나는 사실 대충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감이 내 마력을 측정하려는 하는 이유는 아는 사람에게 손자 자랑을 하고 싶을 뿐이니까.

그런 일에, 세세한 측정은 필요 없다.

대충 알면 그만이지.

"그럼… 에바, 이리 와."

"뮤!"

에바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에바를 데리고 창가로 갔다.

창문을 열고, 끌어안은 채로 밖으로 꺼내― 마력을 쏟았다.

나의 마력을 받아 에바가 레드 드래곤의 성체가 된 그 순간.

빠직―빠직 빠직, 펑―!

내 전신과 연결되어 있던 선들이 전부 단번에 타 버렸다.

 연결돼 있는 앞의 장치 같은 것도 터졌다.

"어, 어찌 된 일인고?"

"…………."

놀라는 영감님, 한순간에 정색을 한 레이프.

"이보게, 레이프"

"응, 아아, 뭐 별거 아니야."

"뭐라고?"

"그저 측정 상한선을 초과해서 측정하지 못했을 뿐이야."

"측정하지 못했다?"

"이 기계는 마력을 수치화해 잴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나는 5, 그럭저럭인 마술사는 2에서 30 정도. 궁중의 녀석들이라도 100은 넘을 수 없을 정도다."

"흠."

"그래서 999까지 잴 수 있게 만들었지만―"

"마테오가 999 넘어섰다는 얘기잖아!"

 영감은 레이프에게 물었다.

 변함없이, 나한테 괜찮은 이야기니까 이해가 빠르네, 영감은.

"그렇다는 거지"

"대단해, 대단하다 마테오"

"그렇게나 많구나……"

"그런데 어떡하지? 엄청난 건 알겠는데, 나를 부른 건 정확히 재고 싶어서였잖아? 아직 계속할래?"

"할 수 있나?"

"내가 못하는 건 없어, 레이드 크리스탈이 있으면 당장이라도"

"레이드 크리스탈인가, 좋지, 곧 준비시키지"

영감은 사용인을 더 불렀다.

미묘한 호칭의 차이지만, 그렇게 불려온 것은 이 저택의 메이드가 아니라 영감 직속의 사용인이다.

 중년에 훌륭한 수염을 기르고 있는 남자는 할아버지 곁으로 왔다.

영감은 그 남자에게 귀띔했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허리를 굽힌 뒤 퇴실했다.

그대로 기다린 것이 - 한 시간 남짓.

 남자는 보석함 같은 것을 가지고 돌아왔다.

 영감은 그것을 받아들고 상자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레이프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레이드 크리스털 맞는가?"

"좋아, 그럼 5분만 기다려."

"그렇게 금방 돼?"

"나는 천재니까."

레이프는 자랑하지도 않고, 마치 '난 남자니까' 같은 담담한 어조로 레이드 크리스털을 받아 들고 아까 폭발한 상자를 향해 가서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걸 바라보다 문득 난 레이드 크리스탈이란 단어가 기억 속에 있다는 걸 떠올렸다.

"저기, 할아버지."

"음? 왜 그러냐 마테오야"

"레이드 크리스탈이라는 게 내 기억이 맞다면 꽤 비싼 거 아니야?"

"그랬던가... 어이"

 영감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는, 아까 레이드 크리스털을 조달하러 간 남자를 불렀다.

뭐―, 귀족이기도 하고, 물건을 사는데 가격 같은 건 일일이 신경 쓰지 않겠지만.

 남자는 다가와 할아버지에게 허리를 굽혔다.

"마테오가 물었다. 얼마나 했는고?"

"금화 300개입니다."

"그렇다는군."

"네에에!?"

 그 숫자에 놀랐어.

금화 300개면 서민들이 평생 벌 수 있을지 없을지― 아니, 80%의 인간은 벌 수 없는 액수잖아.

"비, 비싸!"

"무얼?"

 영감은 피식 웃었다.

"이걸로 마테오의 마력을 제대로 잴 수 있다면 오히려 싼 정도지."

"어, 어어……"

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영감님께 조금이지만 물러섰다.

 싼 게... 아니잖아.

“다 됐어”

 이러쿵저러쿵하는 사이에 레이프가 개조를 끝냈다.

 장치는 아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외형이다.

레이드 크리스탈이 포함되어 있는 것 이외에는 거의 같다.

그리고 장치에서 나온 선과 선의 끝에 반지가 붙은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레이프는 메이드를 부르지 않고 직접 반지를 가져와서 나에게 끼워주었다.

“이번엔 제대로 잴 수 있을까?”

끼워주던 중 영감이 옆에서 물어왔다.

"할 수 있어. 코어에 레이드 크리스탈을 썼으니까, 측정할 수 있는 상한선이 아까의 열 배나 됐어."

"즉 일만 정도까지는 잴 수 있다고 하는 것인가. 음, 그럼 될 것 같구먼."

 영감은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의 열 배라는 알기 쉬운 숫자가 좋았던 것 같다.

 전부 설치한 후, 레이프는 나에게서 살짝 멀어졌다.

 그리고 말했다.

"한번 해봐"

"응. 에바"

"뮤!"

 나는 다시 한번 에바를 안아올렸다.

안아 올린 채 창밖으로 꺼내 성체 모습으로 되돌렸다.

마력광이 뿜어져, 20개의 손가락에서 선을 통해서 장치에 모아지고――――― 퍼어엉!!

 아까 이상의 폭발이 일어나 장치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무, 무엔가."

"흐―음."

"혼자만 납득하고있지 말게. 이건 어떻게 된 뜻인가?"

"어떻게 된 일이고 뭐고."

레이프는 어깨를 으쓱했다.

"측정할 수 있는 상한, 마력치가 10000을 넘었다는 얘기야"

"10000!? 설마! 그럴 수가 있는 건가?"

"나는 천재야"

레이프는 자랑할 것도 없고, 단지 사실을 담담하게 고하는 투로 말한다.

"내가 한 일은 전부 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결과는 틀림없다."

"……."

머-엉, 해버리는 영감.

"즈, 즉……"

"마력치가 1만을 넘는다, 틀림없다."

 할아버지는 삐걱거리는 느낌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대단하다, 대단해 마테오야!"

 영감님에게는 최고의 결과가 되었지만.

이때의 나는 아직 몰랐다.

나의 마력은, 후에 인류 역사상 최고로서 역사서에 기록될 것을 아직 몰랐다.

 지금은 아직 귀족의 손자로서 할아버지가 자랑할 만한 아이였다는 것에 일단 만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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