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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의문을 품은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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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에게 연인을 빼앗기고 추방 당했지만, "경험치 저축" 스킬이 망가져서 레벨 300이 되었으므로 느긋하게 상심 여행이라도 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58화 의문을 품은 전사

소아라가 흡족한 듯 가슴을 쓰다듬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녀의 주인이 되었다.

물론 노예로부터 해방됐으니 계약뿐이다.

 도울 수 있어 기뻐해야 하는데, 어깨가 매우 무겁게 느껴졌다.

네이의 이야기를 한 것이 잘못됐던 것일까.

 일단 네이와 마찬가지로 살아 달라고 명령은 했지만 과연 소아라에 필요했을까는 의문이다.

 아니, 꼭 필요했음이 틀림없다.

소아라는 섬세하고 상냥한 여성이다.

그런 반응이었지만, 일부러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째서…… 뱀에게 온몸을 휘감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일까.

이상하다. 정말 이상해.

"정말로 괜찮은 거야?"

"이걸로 충분합니다. 신님도 용서하실 거예요."

나도 가능하면 용서받고 싶다.

천벌 같은 건 싫다.

 그렇다기 보다, 이제 와서지만 소꿉친구와 주종 계약을 하다니 사람으로서 어떠려나, 나는.

 네이의 경우는 어쩔 수 없었지만, 소아라의 경우는…….

아니, 거부하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

이걸로 다 된 거야. 그렇게 납득하자.

"토르 일행은 이제 떠나겠군요."

"여유가 있다지만 그다지 한가하지도 않으니까."

"그럼 충고 좀 해 드릴게요. "

 소아라는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리사는 배신자입니다."

영문을 몰라 얼굴을 찡그렸다.

리사가 배신자?

무슨 뜻이지?

"계속 느끼고 있었어요. 그 아이는 저와 같은 냄새가 난다고."

"냄새?"

"네, 거짓의 냄새입니다."

 소아라의 얼굴은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진지하게 리사를 의심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기억하시나요? 그 아이가 마을에 이사 온 날을."

 기억하고 있다.

그건 내가 14살 무렵.

리사가 마을로 이사 왔다.

 거의 같은 시기에 세인이 이사를 왔고, 우리는 금방 허물없는 사이가 됐다.

 리사도 세인도 큰 거리에서 온 듯, 상당히 세련된 느낌이 있다. 그래서 나는 세인을 동경했었다.

모든 것을 알고, 무엇이든 실수 없이 처리하고, 우리보다 어른이었다.

리사도 아가씨 같다는 느낌이 났고, 만난 순간 첫눈에 반했다.

그래서 사귀기 시작했을 때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아이를 보는 순간 동류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처음엔 친구가 되길 망설였어요."

"증거는."

"없습니다. "

 리사가 본심을 숨기고 있다고?

그럴 리가.

 ...하지만, 나는 소아라의 진짜 모습을 간파할 수 있었을까?

소아라와 마찬가지로 리사 또한 진짜 모습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둔감하다. 그건 자각하고 있다.

그러니 거짓을 진실이라 여길 가능성도 있다.

"분명 네이도 눈치챘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에게 포기하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소아라와 네이의 착각이라면"

"없다고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 그러니 직접 확인해보세요. 토르가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의 진짜 모습을."

 소아라는 나의 오른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잊지 말아 줘. 당신에겐 당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아아."

 빙긋 웃은 소아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오른손에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주인님~"

누워서 뒹굴뒹굴하던 나를 카에데가 웃는 얼굴로 들여다봤다.

그러자 빵타도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었다.

"생각하는 바요?"

"소아라에 대해서 말이야"

"계약에 대한 말씀이시군요. "

납득했는지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내 머리를 살짝 들어 무릎베개를 해줬어.

뒤통수에 부드러운 감촉이 있었다.

"주인님은 강하고 상냥한 분이니까, 소아라 씨도 그만 어리광을 부린 거겠죠. 계약이라는 것은 깊게 맺어진 인연이니까요."

"경험담이야?"

"네. 주종 계약, 그 자체는 사람의 욕망을 구현한 듯한 혐오스러운 마법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훌륭한 것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카에데는 가슴의 무늬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이건 주인님과의 인연입니다. '이게 있었기에 나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분명 앞으로도 이게 있으니까 강해질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계약은 인연인가…."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주종 계약은 사람을 따르게 하는 꺼려지는 옛 마법이라고 줄곧 생각해왔다.

카에데와 있으면 언제나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나야말로, '카에데가 곁에 있어 주어서 구원받고 있다'라고 느끼고 있다.

"있지, 카에데, 뭔가 타는 냄새나지 않아?"

"엣!?앗!!"

스륵 내 머리를 땅에 내려놓고 카에데가 달려갔다.

그러고 보니 점심을 차려 주고 있었구나.

오늘 수프는 쓰겠군.

 카에데에게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리사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소아라의 말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계속 느끼고 있었어요. 그 아이는 저랑 같은 냄새가 난다고.'

 만약에 리사에게 진짜 모습이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할까.

애초에 그 말이 정말 진실일까.

대체 왜 리사가 배신자라고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누구를 어떤 식으로 배신하고 있는 건지도 명확하지 않다.

아―, 젠장.

이젠 됐어, 만나면 알겠지.

혼자서 이리저리 생각해도, 어찌할 방법조차 없다.

"주인님~! 밥 드세요~!"

"고마워, 지금 갈게"

 몸을 일으켜 카에데에게 향했다.

킁킁.

확실히 약간 탄내가 나는구나.

그래도, 귀여운 노예가 만든 거라면 뭐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다소 탔다고 해도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건네받은 그릇에는 시커먼 액체가 담겨 있었다.

"카에데! 이거 엄청 새카맣잖아!"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탄 것 같아요"

"신경 쓰지 마.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수프를 입에 넣었다.

으윽, 무지막지하게 쓰다.

혀가 저릿해지는 쓴맛이다.

그릇의 국물을 단숨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냄비 통째로 목구멍으로 힘껏 들이부었다.

“맛있어! 카에데가 해준 음식은 항상 맛있네!”

"주인님…… 주인님~!!"

카에데가 달려들어 가슴에 슥슥 얼굴을 비볐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눈망울이 글썽글썽했다.

"으엑, 너무 쓰잖아. 주님 용케도 드셨네."

프라우도 그러면서 국물을 다 마셨다.

그리고 입가심으로 짐에서 쿠키를 꺼내 오도독오도독 먹고 있었다.

"주인님은 제 주인님이시니까요."

"뭐야 갑자기"

'리사 언니한테는 안 줄 거예요'

꽉, 하고 내 몸을 강하게 껴안았다.

그녀 나름의 강한 척, 일 것이다.

그날 이후 줄곧 옆에 있었던 것은 카에데였다.

지탱해 주고 있던 것은 리사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알고 있어. 알고 있고말고.

죽을 때까지 곁에 있게 해달라고 한 말에 거짓은 없다.

그게 어디라도 따라오고 싶다고 말했다면, 그게 어디건 따라와 줄 생각인 것이다.

넌 내 자랑이자, 가장 귀여운 노예다.

그러니까 리사 때문에 흔들리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

 또 그날처럼, 버려질까 하고 생각하는 것일까.

"괜찮아, 같이 있으니까."

"주인님."

내가 힘껏 끌어안았다.

톡톡.

카에데의 꼬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알기 쉽구나.

둔감한 나에겐 고맙다.

“맞아요! 주인님께 좋은 물건이 있어요!”

퍼뜩, 힘차게 멀어진 카에데는 배낭을 뒤지고는 금세 돌아왔다.

건네주는 것은 거무스름한 덩어리.

돌멩이로는 보이진 않지만, 음식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건 초콜릿이라는 간식이라고 해요."

"호오."

입에 넣어보았다.

 그것은 곧 녹았고, 적당한 단맛과 걸쭉한 끈끈함과에 독특한 풍미가 퍼졌다.

 뭐야 이거.

처음 먹어보는 맛이야.

"어때요?"

"충격적이게 맛있네."

화아앗 하고 표정이 밝아졌다.

카에데는 하나 더 집어 들어, 내 입으로 넣어주었다.

덥석.

프라우가 중간에서 가로챘다.

카에데의 손가락까지 입에 들어갔고, 잠시동안 우물우물 씹혔다.

"마히써!"

"잠깐, 프라우 씨!"

“괜찮잖아, 쩨쩨하게 굴지 않아도.

"정말이지. "

도망치는 플라우를 카에데가 뒤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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