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56화 전사, 성직자와 재회하다

본문

용사에게 연인을 빼앗기고 추방 당했지만, "경험치 저축" 스킬이 망가져서 레벨 300이 되었으므로 느긋하게 상심 여행이라도 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56화 전사, 성직자와 재회하다

 수도로 돌아온 우리는 저택의 짐을 챙겼다다.

방금 전에 궁궐에 방문해봤지만, 역시 이미 세인 일행은 이곳을 떠났다.

 게다가 꽤나 서둘러 그레이필드로 향했다는 것.

날뛰는 마음을 억누르고 필요한 물건만 배낭에 채웠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작정이다.

 여왕이 마련해 준 저택은 아직 만족할 만큼 사용하지 못했다.

 뭐... 돌아왔을 때의 이야기긴 하지만.

두 명은 이미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좀 더 느긋해지고 싶었어. "

"불평하면 안 돼요. 주인님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잘난 척 말하지만 너도 아쉬워하고 있잖아."

“꼬리 보지 마세요! 이건 즐거워서 힘이 빠졌을 뿐이에요!”

 카에데는 황급히 꼬리를 감춘다.

확실히 평소보다 힘이 없어 보인다.

 이곳에서 더 지내고 싶었던 그녀들의 마음을 아플 정도로 이해한다.

 어쨌든 나도 마찬가지니까.

"두 명에겐 미안한 생각이 들어. 남고 싶다 해도 상관없어."

"농담하지 마! 프라우는 충실한 노예야! 혼나더라도 따라갈 거야!"

"맞아요 주인님. 전 끝까지 따라가겠다고 결심했어요."

"고마워……"

 미안한 마음과 기쁜 마음이 뒤섞였다.

 난 그녀들과 만나게 된 게 정말 행운이었다.

 가능한 한 빨리 끝내고 돌아오고 싶은 맘이다.

 저택을 나오자, 플레임 엑스의 모두가 오고 있었다.

 그 밖에도 스코첼 남작과 손녀, 그리고 그 연인인 왕자가 있다.

"인사도 없이 떠날 생각인가?"

"이제 우리는 만유여단과 형제 같은 사이라고?"

"그래, 서먹서먹하게 굴지 마라냥."

"같은 술잔으로 나눈 동료다."

"또 언제가 되어도 환영하지. 유적 이야기라도 해주지 않겠나."

"입은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건강하길."

"훈장은 못 주었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에 꼭 만유여단의 이름을 남길 테니까.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나가라."

 이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별에 눈물샘이 느슨해질 것 같았다.

 카에데가 팔에 손을 얹고 미소지었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만으로 전달됐다.

 그래, 반드시 이곳에 돌아오자.

 반드시.

 ◇

 그리직의 수도를 떠나 산맥을 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레이필드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레이필드는 오래된 전쟁터가 많은 나라다.

그 이유가 마족이 지배하는 암흑 영역과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에선 관광에 주력하는 나라기도 하다.

수많은 유적들이 있고, 알찬 명물, 상징적인 건축물, 역대 용사들의 유물 등.

실은 관광명소의 보고인 것이다.

"그럼 수도에는 들르지 않고 전선(前線)으로 가는 거네요."

 카에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인 일행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제 곧, 곧 만날 수 있다.

눈앞에서 빵타에 탄 플라우가 빙글빙글 돌았다.

"잠깐, 어지럽잖아.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뀨우?"

"시치미떼도 소용없어! 흰 빵! 프라우는 꿰뚫어 봤으니까!"

"뀨뀨!?"

하아, 프라우하고 빵타를 보니 맥이 빠지네.

진지해지려고 해도 늘 이렇다.

하지만, 이 명랑함에 구원받기도 했다.

"곧 마을이 있을 거라고 들었는데요."

"저거 아닌가?"

 초원을 관통하는 길 끝에 작은 건축물이 보였다.

 오늘은 저기서 숙박할 생각이다.

덜그럭덜그럭.

 우리를 실어 나르는 대형 마차가 맞은편에서 오고 있었다.

마차가 지나갔다.

우리 안에는 수많은 누더기를 걸친 사람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혹시?"

"노예상의 마차다."

 노예는 두 종류로 나뉜다.

 죄를 지은 자와 팔린 자이다.

 기본적으로 범죄자는 일반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는다. 그런 놈들은 광산 등에 몰려가 강제 노동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돈에 궁해 가족 등을 팔아 버리는 케이스다.

사실 이 경우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 번째가 존재한다.

공공연한 비밀이라 할 수 있는, 납치범들이 배후에서 매매하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서는 각국이 단속하고 있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것뿐이다.

옥션 등을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노예 소유자라... 나도 달라졌네― 어?"

떠나가는 마차, 그 안에 소아라의 모습이 있었다.

 잠깐만! 기다려줘!

거기 마차 멈춰!!

“이런 건 곤란하다고. 가능하면 가게를 통해야만 한다고.

"1000만을 지불하지"

"아니, 그래도"

"2000만."

"팔지."

 교섭 성립

마부는 선뜻 승낙했다.

 우리가 열리고 수갑을 찬 소아라가 나왔다.

나를 쫓아냈던 그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너덜너덜한 넝마를 걸치고, 아름다웠던 머리는 더러웠다.

순간 이게 그 소아라인가 하고 눈을 의심했을 정도다.

"... 토르?"

"그래, 나야."

"우연이네요…… 이런 곳에서 재회라니……"

 패기가 없다. 이전 모습을 아는 만큼 직시하기 힘들었다.

덜그럭 덜그럭. 마차는 떠났다.

정식 매매가 아니기 때문에 소아라에게 주종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목에는 목걸이가 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미안하다. "

"나는 당신의 노예입니다. 좋을 대로 해주세요."

그녀의 머리에서 액체를 부었다.

 소라의 몸이 희미하게 핑크빛으로 빛났다.

틀림없다. 그녀도 세뇌되어 있었다.

 수건으로 액체를 닦아내고 철사로 수갑을 풀었다.

"어쩌다가 노예가…."

"세인한테 버림받았어요. 레벨 높은 성직자를 찾았으니, 너는 이제 쓸모없다며 팔아 버렸어요."

"뭐,라고"

 그 녀석, 소꿉친구인 소아라를 판 거냐...?

 나는 깜짝 놀라 양 무릎을 꿇었다.

너무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주인님!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정신 차려요! 현실도피해도 소용없잖아!"

 카에데가 안아주고 치유 파동을 써주었다.

 동시에 프라우에게 뺨을 여러 번 얻어맞았다.

 프라우, 네 맘은 기쁘지만, 그건 그만둬.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고마웠다.

나 혼자라면 제정신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분노에, 슬픔에, 집어삼켜졌을 것이다.

어떻게든 일어나 소아라의 팔을 잡았다.

"따라와."

"저는 더 이상 가치가 없어요. 마음 내킬 때까지 좋을 대로 해주세요."

"…………."

 이를 악물고 견뎠다.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손을 붙잡으며 견뎠다.

 ◇

 마을에서 숙소를 빌려 소라를 침대에 뉘었다.

 여기에 오기까지 얼마나 혹사를 당했는지 몸이 곤죽이 됐던 것이다.

 다행히 네이처럼 생명에 지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하이 포션을 먹이는 것만으로 아름다움을 되찾고 완쾌했다.

 뭐, 더러운 건 변함없지만.

"토르는 여전히 친절하군요. "

"얼간이 같은 순진함을 잘못 말한 거겠지."

"하지만 그 덕분에 저는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소라의 눈은 어두웠다.

 세뇌를 풀기가 망설여졌다.

 과연 그녀는 견딜 수 있을까.

네이는 다른 일행이 자기보다 더 모진 취급을 받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살짝, 어깨에 손이 얹혔다.

카에데의 따뜻한 손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겠습니다.

그녀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넌 세인이한테 세뇌당했어."

"……그랬습니까. 어렴풋이 그런 생각이 들긴 했죠."

 네이와 같은 반응이다.

그녀도 위화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품에서 최상급 해주약을 꺼냈다.

"이걸 마시면 세뇌는 풀려. 마실지는 스스로―"

"꿀꺽, 꿀꺽, 꿀꺽"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작은 병을 쥐고, 사나이처럼 손가락으로 마개를 열어 단번에 다 마셨다.

 소아라는 '푸하아' 하고 소매로 입가를 닦았다.

"으긱!? 아악!?"

"괜찮아!?"

"꺄아아아아아!"

 머리를 감싸쥐고 몸을 꼬았다.

 네이 때와 똑같다.

 즉시 대응하기 위해 카에데와 플라우에게 눈짓했다.

 하지만 소아라는 침대에서 내려오자, 침대를 들어 창문으로 내던졌다.

 유리가 산산조각 나면서 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세이이이이인, 잘도 성직자인 이 몸을 바보로 만들어 줬구나아아!"

어라, 뭔가 다른데.

눈이 무섭도록 올곧게 한곳을 향했다.

엉망진창으로 살기가 새어 나오고 있는데.

소아라 씨, 혹시 그동안... 본성 숨겨온 거예요?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