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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용사의 계산 밖 그 8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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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에게 연인을 빼앗기고 추방 당했지만, "경험치 저축" 스킬이 망가져서 레벨 300이 되었으므로 느긋하게 상심 여행이라도 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53화 용사의 계산 밖 그 8번째

나는 막다른 곳으로 내몰렸다.

그때부터 여러 차례 엘프의 마을로 향했지만 나중엔 말도 못 꺼내고 화살만 날아올 뿐이다.

 놈들은 진심으로 나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용사인 바로 이 몸을 말이다.

더 이상 하이엘프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판단한 나는, 먼저 마족의 간부 로와즈를 토벌하는 것에 주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가기에는 굉장히 늦게 된다.

그래서 이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페어리에게 협력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과거 용사들은 페어리에게 요정 가루를 받고 하늘을 날아다녔다는 전설이 있다.

그렇다면 나도 그것을 손에 넣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약간 돌아가게 되겠지만, 비약적으로 이동속도가 올라간다면 허용범위다.

페어리도 나를 보면 금방이라도 엎드릴 것이다.

어쨌든 나는 용사. 언젠가 전설이 될 존재다.

―였을 텐데 예상과 전혀 다른 상황으로 흘러갔다.

"이 휴먼 녀석! 빨리 꺼져!"

"붸엣! 돌아가! 돌아가!"

 바로 위에서 페어리가 붕붕 날고 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태도가 좋지 않다, 가까이 올 때마다 침을 뱉는 것이다.

게다가 겉보기와는 달리 꽤 강하다.

 이미 리사와 수라는 기절당해 다운 상태다.

내 몸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다.

"제길, 가까이 오지 마라! 죽여버린다!"

“하핫! 할 수만 있다면 해봐, 휴먼.”

"나는 용사다! 협력해라!"

"어리석은 휴먼♪ 마음이 더러운 휴먼♪ 우연히 용사가 된 휴먼♪"

"부르지 마! 거슬린다!!"

 검을 휘둘렀다.

나는 어리석지 않아.

나는 정의 그 자체.

나는 할 만큼 해서 용사가 됐다.

너희들이 하는 말은 엉터리다.

"모두들, 그만하는 게 어떻겠누?"

"장!"

"용사여. 돌아가시게. 이곳은 그대가 올 곳이 아니네."

"웃기지 마, 내게 요정의 가루를 넘겨라!"

 노인은 "어리석구먼"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곧이어 페어리들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놈들은 '돌아가'라 연호한다.

 초조함이 머리의 혈관을 터트릴 것 같았다.

다 죽이고 싶지만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그럴 수가 없다.

이대로는 그냥 샌드백이다.

어쩔 수 없다, 여기는 철수다.

"일어나! 돌아간다!"

"으윽!?세인!"

"여기는 어디일까요…"

두 사람을 차서 깨웠다.

공격은 그쳤지만 돌아가라는 합창은 계속됐다.

젠장 젠장 젠장!

어떻게 제대로 되는 게 없지!

세상은 왜 이렇게까지 나를 배신하는 거냐!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아―, 짜증이 멈추질 않는다.

 ◇

말을 구입해서, 서둘러 그리직 수도에 도착.

거기서 기다린 것은 어렴풋이 예상했던 사태였다.

"지금 뭐라고?"

"로와즈는 만유여단에게 쓰러졌습니다."

여왕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또다, 또 선수쳤어.

시작은 드래곤을 퇴치했을 때부터다.

거기서부터 내 모든 계획이 엇나가기 시작했다.

좀 더 자세히는 토르를 파티에서 쫓아낸 그때부터다.

설마 이게 신이 내린 벌인가?

그 정도 일 때문에 내가 불행한 일을 겪고 있다고?

웃기는군. 바보 같아서 엄청 웃겨.

덕분에 내 인생 설계가 산산조각이 났어.

용사가 되어 여자들을 시중들게 하고, 지위나 명성과 돈을 갖고 싶은 대로 하고, 나중에는 바르세유의 공주와 결혼해 나라를 빼앗을 생각이었는데.

저 작은 마을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이 정도로 고생할 줄이야.

뭐가 잘못됐지?

무슨 실수를 한거지?

어째서 실패하는거지?

모르겠다

원인이 전혀 떠오르지 않아.

"세인 공,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요. "

"실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런가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추후 원탁회의가 있으니 참석해 주십시오."

"……예."

알현실을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리사와 소아라에게 합류하면서 나는 남의 눈도 꺼리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나는 용사야, 올바른 존재야."

"세인, 진정해"

"리사, 너는 나를 용사로 인정할 수 있니?"

"물론이지. 당신은 세상을 구할 용사야. "

리사가 다정하게 포옹을 해준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거칠어진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래, 나는 용사, 역사에 이름을 새길 용사다.

"널 손에 넣길 정말 잘한 거 같아. 토르한테는 아까워."

"후후, 고마워. 정말 좋아해 세인."

“둘만 달달한 분위기 만들지 마세요! 저도 여기 있다구요!”

리사 덕분에 머릿속이 깨끗해진 기분이다.

정말 기분 좋다.

생각해보면 용사에게 좌절은 따르기 마련이잖아?

이건 시련. 극복해야 할 시련이다.

이 앞에는 내가 바라던 영광이 기다리고 있다.

 ◇

 원탁회의― 휴먼의 각국 대표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예로부터 이 자리에서 용사가 소개되고 이름과 얼굴을 알린다.

또한 마왕 토벌에 대한 협조 요청도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회의다.

 이번에 모인 것은 주요 5개국 대표.

그리직

아르만.

바르세유.

그레이 필드.

라스트리아.

쟁쟁해 보이는 면면들이 원탁에 앉아 있었다.

나는 바르세유 왕의 후방에서 대기하고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만유여단이라는 모험자에게 영웅 칭호를 주었다지, 하지만, 소문에는 과장이 더해지는 법이지. 실제 어느 정도의 자 들인가, 아르만 왕."

"크큭, 참 재미있는 놈들이야. 일일이 이쪽 눈치 보지도 않고, 생각한 뜻 그대로 말하지. 미리 말해 두지만 소문의 절반은 사실이야."

"호오, 네가 마음에 든다니 신기한데, 갑자기 흥미가 생기는군."

"그럼 만나봐도 좋을 것이네 라스트리아 왕."

이야기는 만유여단으로 넘어갔다.

나는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났다.

어금니를 깨물고 살의가 넘치는 것을 어떻게든 억누른다.

"그들에겐 그리직도 신세 졌지요. 소문대로의 힘으로 순식간에 육 장군 중 한 명을 붙잡아 버렸습니다. 조만간 그레이 필드에 갈 모양인 것 같더군요."

“이쪽으로 오는 건가. 그렇다면 한번 만나야지. 그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꼭 들려줬으면 하는군요, 여왕."

“우후후, 이름 그대로예요. 관광, 맛집, 가는 곳마다 사람들과의 만남. 그레이 필드도 많은 유적을 갖고 있으니, 분명 그들도 만끽할 것입니다."

그만해. 내 앞에서 만유 여단 이야기하지 마.

불쾌하다 구역질이 나온다.

톡톡.

 바르세유 왕이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것보다 용사 이야기를 좀 해줄 수 있는가. 이 회의는 시시한 수다 때문에 개최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눈앞의 문제, 마왕 토벌에 대해 모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 있는 녀석은 뭐 하나 활약하고 있지 않은데?"

"이제부터 할 것이다! 우리 바르세유가 자랑하는, 현재 영웅의 정점이라고!"

왕이 탁자를 쳤다.

여왕과 왕들은 싸늘한 눈으로 나와 바르세유 왕을 바라보았다.

마치 가짜 용사를 보는 듯한 눈이다.

거기에 아르만왕이 끼어들었다.

"모두 냉정하게. 그가 용사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 그렇다면 지금까지와 같이 협력할 뿐이다. 아직 마왕은 본격적으로 침공을 시작하지 않았다. 아마도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친다면 지금밖에 없다."

그의 말에 전원이 고개를 끄덕이다.

그래, 결국 나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구나.

너희들은 잠자코 후방에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으면 된다.

원하는 대로 마왕 토벌, 해주겠다.

만유여단 따위에 기대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려주겠다.

고작 영웅 칭호를 받았다는 게 전부인 놈들.

그에 반해 나는 마왕전 특화인 용사의 작업을 가진 영웅 중의 영웅이다.

비교할 것까지도 없잖아.

그건 그렇고, 놈들이 다음으로 향할 곳이 그레이 필드인가.

그렇다는 건 지금은 그리직에 있다는 건가?

마침 잘 됐군.

먼저가서 그레이 필드에서 큰 성과를 거두자.

따지고 보면 놈들이 모조리 앞서간 것이 원인이다.

본심을 말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처리하러 가고 싶지만, 지금의 나는 목이 메도록 성과가 필요하다.

용사로서의 활약이 필요하다.

질리도록 찬사 받고 싶다.

그러니 일단 참고 우선 확실히 이름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후에도 늦지 않았다.

지켜봐라 만유여단.

진심을 낸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해주겠어.

 하하, 하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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