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57화 성직자에게 겁먹은 전사.

본문

용사에게 연인을 빼앗기고 추방 당했지만, "경험치 저축" 스킬이 망가져서 레벨 300이 되었으므로 느긋하게 상심 여행이라도 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57화 성직자에게 겁먹은 전사.

 아니야. 내가 아는 소아라가 아니야.

다정하던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 되던 그녀는 어디 갔지?

발목만 잡던 나를 항상 끈기 있게 격려해 주고, 지쳤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물을 챙겨주었다.

 무리했을 때는 언제나 나서서 치유해 주었다.

 성직자의 귀감 같은 그녀가 왜?

설마 세뇌의 영향으로 인격에 영향이―.

"이쪽이 내숭을 잘 떤다고, 우쭐해져서 말이지! 선 넘지 말라고 망할 자식이!!"

아닌 것 같네요.

줄곧 소아라가 아니라 소아라 씨였나요?

 그녀는 머리를 쥐어뜯고 다시 한번 기세 좋게 침대에 대자로 뻗었다.

"후우, 그 어리석은 자에게는 천벌을 내려야겠군요."

"소아라"

"네."

"원래대로 돌아간 거지?"

"네에, 토르 덕분에 보는 대로."

 빙긋 미소 짓는 소아라가 무섭다.

웃는 얼굴인데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그보다 눈은 안 웃고 있다.

 거무스름한 오라에 카에데와 프라우가 내 등 뒤에 숨었다.

"저분, 너무 무서워요."

"큰일 났어, 저 녀석. 용케도 저런 거랑 같이 자랐네."

"평소에는 아주 좋은 녀석이야. 세뇌가 풀려서, 그 반동으로 미쳐가고 있을 뿐이야… 아마도.”

내가 말하고 있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네이는 저러지 않았으니까.

소아라가 새로운 일행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들이 새 동료인가요. 노예라니."

"어쩔 수 없잖아. 그때는 모든 게 의심스러워서 제대로 동료를 만들 수 있는 정신 상태가 아니었어."

"……그랬죠. 토르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어조가 원래대로 돌아가서 안심했다.

쾅! 모락모락

바닥을 세게 구르자, 오른발이 바닥에 박혔다.

"그 쓰레기가 전부 잘못한 거예요. 용사 주제에 설마 금기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니, 화가 나는 걸 넘어서 정말 기가 막히네요. 후후, 후후후후."

"아, 배고프진 않아!? 배고파서 짜증 나는 거지!?"

"배려 고마워. 그런데 이상하게도 배가 고프진 않아."

“아니야, 조금이라도 위에 담아 두는 게 좋아! 나도 침착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고!”

 차가운 얼굴이 환한 미소로 변하다.

"그렇네요. 그 똥자루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논의도 중요하구요."

무서워어, 소아라 씨 무서워...

지금까지 싸워온 그 어떤 적보다도 무서워...

 ◇

"―그렇군요. 그럼 토르가 만유여단이었군요."

 그러면서 그녀는 술이 담긴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탁자에는 이미 개봉된 병만 여러 개.

몰랐다. 이렇게까지 마시는 녀석이었다니.

"네이를 도와줘서 고마워. 지금까지 계속 후회하고 있었어요. 어떻게 해야 도와줄 수 있었을지."

"지금쯤은 마을로 무사히 돌아갔을 거야."

"그녀는 그렇게 보여도 여리니까요. 저처럼 반응하진 않았겠죠."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네이와 소아라는 특히 사이가 좋다.

분명 지금까지 극심한 후회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네이는 많이 걱정했어."

"걔한테도 이 성격은 비밀로 했거든요. 알다시피, 우리 집은 성직자 일가잖아요, 자비를 베풀어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여러 가지 교정을 받아 왔어요. 하지만 그 반동으로 더 꼬인 것 같긴 하지만요."

아―, 잠깐만, 어렸을 때 이 녀석 꽤 고집불통이었다.

외모는 남자 같았고, 곧장 네이와 주먹다짐을 해서 울렸던가.

완전히 잠잠해져서 잊고 있었지만, 소아라는 원래 곧장 싸우려 드는 사람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혹시 갈 데가 없다면 우리랑 같이 갈래?"

"사양할게요. 지금의 저로서는 당신 곁에 설 자격이 없을 테지요."

"그런, 자격 같은 건 필요――윽!?"

갑자기 빈 병에 머리를 세게 맞았다.

 머리 위에서 부서지며 유리 파편이 흩어졌다.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는요. 적어도 일 년은 부정함을 없애기 위해 수행하고, 신에게 용서를 빌며, 속죄의 봉사활동을 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거짓 사랑을 지우기 위해 진정한 사랑을 제 안에서 재확인해야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

그보다 병으로 때리지 마.

예전의 소아라였다면 "안돼" 하면서 혼냈을 텐데.

레벨 300대라고 말한 건 성급했나.

"토르 덕분에 마음이 좀 가라앉았어요. 꽤나 경박한 모습을 보여 버렸네요. 죄송해요."

"뭐 상관없는데…"

"당신은 변하지 않았군요. 언제나 흔들림 없이 당당해요."

아니 아니 아니, 엉망진창이야.

너무 놀라서 반응하기 곤란할 뿐이다.

 그래도 이쪽이 나에겐 더 다행이다.

 소아라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아서.

"물론 세인을 죽이는 거죠?"

"그럴 생각이다. "

"그렇다면 저는 가장 가까운 교회에서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죄 많은 사람은 심판해야 해요. 그 남자는 나와 네이의 몸과 마음을 짓밟았어요. 신의 하인인 성직자에게 손을 댄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다시 검은 오라가 뿜어져 나왔고, 들고 있던 잔을 부쉈다.

카에데와 프라우는 두려워하며 나에게 몸을 의지했다.

 둘 다 말없이 이야기를 들었지만, 역시 지금의 소아라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소라의 노여움은 지당하지만 조금 더 진정해 줬으면 좋겠다.

"안심되니 잠이 오네요. 잠시 쉬도록 하겠습니다."

"아, 소아라"

"뭔가요?"

 그녀가 돌아봤다.

그 모습은 아직도 너덜너덜하다.

머리도 얼굴도 더럽고 보기 좋지 않다.

 게다가 하얀 가슴께가 잘 보였다.

"내일 옷 사러 갈래?

"옷...? 아!? 그, 그렇군요! 부탁해요!"

 그녀는 열린 옷깃을 두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도망치듯 떠났다.

 부끄러움을 기억해 줘서 좋았다.

잠시 눈 둘 곳이 없었다.

"주인님~! 주인님~!!"

"뭐야!?"

"소아라는 가슴이 크죠?"

"오해다!"

카에데는 울며 매달렸고, 프라우는 경멸하듯 쳐다봤다.

그야 확실히 흘끗흘끗 보았지만 그건 남자라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어느 쪽인가 하면 내 이상형은 카에데― 가 아니라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나는.

 어쨌든 카에데를 끌어당겨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성직자 다운 모습이 된 소아라가 교회 앞에서 인사했다.

"또 토르한테는 빚을 졌네요."

"뭐 신경 쓰지 마."

"아니요, 중요한 일이에요. 나는 당신이 소꿉친구이자…… 인 것을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응? 뭐라고?"

꾸욱. 발끝을 밟혔다.

요컨대 쓸데없는 것은 묻지 말라는 거다.

점점 소아라의 진짜 성격을 알 것 같다.

 용케도 지금까지 들키지 않고 보내왔군.

 이번 일이 없었다면 아마 평생 속았을 거다.

 그녀는 카에데에게 돌아섰다.

"토르를 잘 부탁합니다. 이 사람은 거칠어 보이고, 주변 일 같은 건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사람입니다만, 사실 매우 상냥하고 상처받기 쉽습니다. 부디 곁에서 잘 지탱해 주세요."

“네. 주인님을 끝까지 따라갈 생각이에요.”

"잠깐, 프라우를 잊은 건 아니야!"

"그랬죠. 당신에게도 부탁해야겠어요."

 카에데와 프라우의 손을, 서로서로 꽉 잡고 깊이 인사했다.

 이걸로 당분간 작별인가.

 소아라는 이 교회에서 몇 달 정도 지내다가 바르세유의 교회 본부로 향한다고 한다.

 이미 여행자금도 내줬다.

게다가 조나단에게 보낼 편지도 건네줬으니 바르세유까지 무사히 데려다줄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하면 직접 배웅해 주고 싶었지만 소라가 거절했다.

 그럴 여유가 있다면 똥자루 녀석을 쫓아라, 라며 배빵당했다.

“맞아맞아! 잊고 있었어요!”

"우워!?"

소아라에게 팔을 잡혀 억지로 끌려갔다.

 어디로 가는가 했더니 행선지는 이 거리의 노예상이었다.

그녀는 나를 노예상에게 내밀었다.

"이 남자를 주인으로 주종 계약을 해주세요."

에에에에에에에에에!?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