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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페어리의 은신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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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에게 연인을 빼앗기고 추방 당했지만, "경험치 저축" 스킬이 망가져서 레벨 300이 되었으므로 느긋하게 상심 여행이라도 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31화 페어리의 은신처 2

페어리들이 선두로 숲을 걸었다.

내 바로 뒤쪽에는, 풀이 죽은 듯한 모습의 프라우가 떠돌듯이 날고 있었다.

"너무 심하게 화냈나?"

"아니요, 오히려 너무 상냥한 거예요. 애초에 그 애가 떠나지 않았다면 그럴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카에데는 여전히 화가 난 것 같다.

 미간에 주름이 져 분노의 아우라가 나오고 있었다.

 카에데는 저렇게 말하지만, 나는 프라우의 기분도 이해할 수 있다.

동료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고, 빨리 신뢰받고 싶고, 파티에 막 끼어든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해야 마땅하다.

나도 세인이한테 권유받았을 때는 그랬으니까.

누구라도 짐이 되고 싶지는 않은 거지.

"프라우도 반성하고 있어, 너무 혼내지 말아 줘. 누구라도 처음은 실패하는 법이지. 아니면 우린 보조도 해주지 못할 정도로 약한가?"

"말씀대로입니다...... 죄송합니다!"

"사과하지 않아도 돼. 착하다 착해."

"주인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카에데의 눈이 그렁그렁 해진다.

나를 생각해서 화내 주었겠지.

그 마음만으로 족하다.

귀여운 노예들이 늘 웃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으니까.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음이야말로 역할을 다할 거야!"

"뀨우."

빵타에 탄 프라우가 주먹을 불끈 쥐며 선언한다.

그러고는 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니까 프라우에게도 쓰다듬어줘!"

"뀨우!"

"억지구만"

오른손을 가볍게 내밀자 프라우는 머리를 들이밀어 온다.

빵타도 "나도 나도 나도"라는 듯이 몸을 오른손에 문질러 왔다.

이런 말 하기 뭐 하지만 강아지 같아서 귀엽네.

훌쩍, 바로 위에서 노년의 남성 페어리가 내려온다.

"이제 곧 마을에 도착입니다, 그럼."

"안내해 줘서 고마워."

"아니 아니, 위대하신 분을 우리 마을에 모셔올 수 있다니 얼마나 영광입니까. 부디 페어리의 낙원에서 여유롭게 지내주십시오."

모두가 갑자기 멈춰 섰다.

그곳은 거석이 늘어서 있는 장소였다.

 돌에는 낯선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 외에는 어느 모로 보나 평범한 숲속.

 ......아냐, 위화감이 있어.

 내 안의 그랜드 시프가 부자연스러움을 파악하고 있었다.

 무엇이 이상한지는 불명.

하지만, 이 앞은 지금까지 지나온 길과는 분명히 다르다.

스윽.

바위를 넘은 페어리가 사라진다.

"엥!? 어이, 사라졌어!? "

"그건 결계를 넘었기 때문이외다."

노년의 남성도 바위 너머로 사라진다.

 조심조심 나도 결계라는 걸 넘어보았다.

"오오오오"

시야는 온통 꽃밭으로 가득했다.

 바람이 부니 꽃잎이 흩날린다.

뒤돌아보면 거석을 경계로 숲이 끊겨 있었다.

결계란 이런 것인가.

환영으로 땅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페어리를 찾을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거처는 그다지 넓은 것이 아니라 형형색색의 꽃밭 한가운데에 마을다운 건축물이 존재했다.

마을로 가는 길에는 꼬박꼬박 울타리가 쳐지고 안쪽에서는 소가 풀을 뜯고 있다.

 휴먼과 다름없는 생활이 여기에 있는 듯했다.

"자자, 변변치 않은 차입니다만."

"고마워"

 노년의 남성에게 차를 대접받아 한 모금 들이켜다.

 강한 꽃향기가 나고 차가워서 맛있다.

 홍차와는 다른 독특한 풍미가 있었다.

"기뻐해 주시는 것 같군요."

 듣고 보니 그는 이 마을의 촌장인 것 같다.

 그리고 프라우의 할아버지인 였던가.

 시선을 그 옆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아직도 눈을 부릅뜨고 있는 파파우가 있었다.

"언제까지 잘 거냐! 파파우!"

"아악"

촌장이 가차 없이 안면을 때린다.

한 번으로는 의식을 차리지 못하니 몇 번이고 때렸다.

"거칠게 깨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걱정 마세요! 이 녀석은 튼튼한 것만이 장점이니까요!"

꿈틀, 꿈틀

"헛!?"

"일어났나 파파우."

"여긴!?"

"마을이다."

나를 보자마자 파파우는 검을 뽑았다.

하지만, 프라우가 순식간에 망치로 검을 부수고, 촌장이 도끼를 목덜미에 댔다.

경직된 파파우의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점점 불쌍해졌다.

"아버지, 프라우! 왜 휴먼을 감싸?"

"어리석은 녀석. 이 분은 위대한 종족인 토르님이야."

"아빠한테는 실망했어. 주님께 두 번이나 칼을 겨누려 하다니."

"위대한...... 종족이라고?"

파파우가 눈에도 띄지 않는 속도로 부복했다.

그 순간만큼은 레벨 300인 내 눈으로도 못 쫓았다.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를!"

"별로 화 안 났어. 괜찮으니까 고개 좀 들어줘."

"참으로 자비로운 마음 감사드립니다!"

 역시 불편하군.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닌데?

 우연히 레벨업해서, 우연히 종족이 용인이 된 것뿐인 남자야.

"반성하세요, 부우"

"으으으"

장과 프라우가 파파우에 침을 뱉었다.

 응...... 파파우와는 가능한 한 사이좋게 지내자.

"자, 그럼 각설하고 본론으로 넘어갈까요?"

 파파우는 촌장 옆에서 어두운 아우라를 날리며 말이 없다.

이렇게까지 하기도 어렵지만, 촌장도 프라우도 신경 쓰는 기색이 없다.

우선은 그 본론이라는 것을 들어보자.

"우리 마을은 현재 위기 상황입니다. 마을 사람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밖에 도움을 청하기로 했수다."

"하지만 휴먼은 싫어하잖아."

"맞아요. 그래서 우리는 비교적 교류가 있는 엘프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들은 '저것은 고대종이 아니면 막을 수 없다'라는 식의 결론이 나서."

촌장은 프라우에게 아이컨택을 보낸다.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는 말을 시작했다.

"그래서 프라우가 위대한 종족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어. 일 년 넘게 찾아다녔어. 이제 못 찾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운 없게도 휴먼에게 잡혀서 팔려갔어. 그게 설마 행운으로 이어지다니 정말 놀랐어."

 그런 사정이 있었던 건가.

 내가 그날 그 장소에 가지 않았다면 만남은 없었다.

 결국 로아누 백작이 추천한 출품물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등을 떠밀지 않았다면 프라우는 이곳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걸리는 점이 하나 있다.

"왜 프라우야? 무슨 이유라도?"

"간단한 이야기, 프라우는 위대한 종족에게 기도를 전달할 수 있는 무녀인 것입니다. 기도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곧 그 자는 용인. 손녀 프라우 이외에 적임자는 없었습니다.

프라우가 평평한 가슴을 펴다.

그 얼굴은 해냈다고 말하고 싶은 벙어리 얼굴이다.

설명을 듣고 납득이 갔다.

그 기도의 목소리는 무당과 같은 특수한 능력이었던가.

틀림없이 페어리족의 기도는 모두에게 들린다고 생각했었지.

"그래서, 그 위기 상황이 이란 건?"

"직접 눈으로봐주시면 이야기가 빠를 것 같아요."

촌장은 우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

기기기긱, 기기긱.

 불쾌한 금속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리다.

 이따금씩 바사삭하고 여러 큰 나무에서 불온한 소리도 들렸다.

"저게 이 마을을 망치려는 것이외다."

 장이 가리키는 끝에는 칙칙한 색의 금속제 인형이 있었다.

 키는 약 5미터이며 각 부위는 블록을 조합한 듯한 느낌으로 인상적으로는 위압적이고 견고한 금속인형이다.

 그리고 나는 이 녀석을 본 적이 있었다.

"골렘이잖아"

"휴먼이 만드는 그냥 골렘이 아니에요. 이건 위대한 종족이 남겨진 오리지널 골렘, 힘도 방어력도 월등한 괴물이죠."

 오리지널 골렘은 굵은 담쟁이덩굴로 팔다리를 겹겹이 묶어 주위의 큰 나무에 연결되어 있다.

 녀석이 발버둥 칠 때마다 나무들이 삐거덕 거리며 비명을 지른다.

일반적으로 연금술사가 만들어낸 골렘은 명령에 충실하다.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자기 판단으로 명령을 재해석하지도 않는다.

이 골렘은 어떤 명령을 받고 움직이고 있을까.

"어디서 온 거야 이 녀석은?"

"지금까지는 인근 유적에서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깨어나서 마을 사람들을 덮치기 시작한 것이외다. 어떻게든 여기에 묶은 것은 좋지만, 너무 튼튼해서 부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골렘에게 다가가 보았다.

 붉게 물든 눈은 나를 보자마자 파래졌다.

 하지만, 곧 붉은색으로 변화한다.

 골렘은 기기기긱 소리를 내며 미세하게 떨었다.

 망가진 것 같다.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든다.

"어떻습니까 위대한 토르님"

"토르면 돼"

"천만의 말씀을! 우리가 숭상하는 위대한 종족인 토르님을 경칭 없이라니! 오히려 우리 모두가 프라우처럼 노예가 되어 '주님'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입니다!"

"절대로 사양하겠다."

카에데가 스윽 옆에 섰다.

"좀 어떠신가요?"

'명령을 듣지 않는다면 부수는 수밖에 없겠지.'

 성검을 뽑았다.

먹힐까?

 상대는 성검과 같은 신화시대의 것.

 어쩌면 베지 못할지도 몰라.

 에이, 귀찮다. 하기 전부터 이것저것 생각하는 건 내 성격이 아냐.

 뒷일은 해보고 생각하면 돼.

"핫!"

 대검을 골렘 바로 아래서부터 베어 올렸다.

검은 토마토를 베듯이 무리 없이 베고 지나갔다.

쿠웅.

오리지널 골렘은 딱 반으로 갈라져 지면에 쓰러졌다.

음... 나 레벨 300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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