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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성장촉진

판타지/보답받지 못했던 마을 사람 A

by 책방사장 2020. 6. 2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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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답받지 못했던 마을 사람 A, 귀족에게 주워져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 데다, 실은 가지고 있던 전설급 신(神) 스킬도 각성했다.

프롤로그

3화 성장촉진

"그렇지, 얼마 전에 루스 녀석을 만났다."

"루스... 씨? 아, 할아버지 친구라 하셨던?"

"악연이란다."

 영감은 피식 웃었다.

 루스 벨 볼프.

볼프 후작가의 전 당주로, 영감과 동년배 노인이다.

영감의 입에서는 곧잘 루스 노인의 얘기가 나온다.

 아마 영감이 말하듯이 두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깊은 악연으로 이어진 것 같다.

"루스 씨가 뭔가 했어?"

"음. 그놈을 만나서 말이지, 마테오 자랑을 해 주었단다."

"내 자랑?"

“그래, 내 손자는 말이지, 두 살 때 이미 글을 읽을 줄 아는 영리한 아이지. 지금은 저택 안의 책을 모조리 독파할 기세야.라고 말이지"

아아… 하고 생각했다.

이것도 역시 할아버지가 하는 손자 자랑 그 자체다.

흐뭇하지만 자기 자랑을 들으니 조금 멋쩍다.

"그런 건 부끄럽다구 할아버지."

"뭘 부끄러워할 게 있나. 두 살 때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천재라는 증거란다."

 2살은커녕 0살― 버림받은 그때부터 그냥 읽을 수 있었지만...

“마테오는 틀림없이 천재야― 사실을 말해 줬더니 그 녀석, 얼굴을 데친 낙지 벌게져가지고는 죽도록 분해하더라고.”

"그렇게 분한 거야?"

“음. 그 녀석의― 아니, 귀족 애송이들은 대개 책 같은 건 안 읽으니 말이지.”

 그것참 아까운 일이다.

이렇게나 책이 있는데, 지식이 여기 있고, 얼마든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자신의 무기로 흡수할 수 있는 보물 더미가 이렇게 있는데, 읽지 않다니 너무 아깝다.

 신기하다, 귀족이라는 인종은.

"그래, 오늘은 마테오에게 줄 선물이 있었구나."

 영감은 탁, 하고 손뼉을 치며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 '은'이 아니라, 오늘 '도'를 틀린 게 아닐까 하고 딴죽 걸었다.

영감님은, 이 저택에 올 때마다, 여러 가지 나에게 선물을 가지고 온다.

대부분 책이지만, 가끔 달콤한 과자라든가, 정말로 값비싸 보이는 보물을 가지고 온 적도 있다.

나는 한껏 기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선물이라니 뭐야?"

 하고, 나잇값 하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가 된 나의 처세술 중 하나.

영감님으로부터 물건을 받을 때, '기쁘다'를 확실하게 겉으로 드러내면 할아버지는 기뻐한다.

기쁠 때는 확실하게 겉으로 표현한다. 표현하지 않으면 기뻐한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쁠 때는 확실히 기쁘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나의― 아마도 궁극의 처세술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또 책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고 평범하게 기뻐하는 나를 보고, 영감님도 기뻐하며 활짝 웃었다.

“음, 여기엔 없단다. 잠깐 같이 갔다 오자꾸나."

"같이?"

"음"

"알았어. "

나는 읽다가 만 책을 덮고 근처의 책장에 꽂았다.

그대로 영감을 따라 서고를 나섰다.

영감과 함께 복도를 걷는데, 앞장서서 이끌어 저택에서 마당으로 나왔다.

그곳에 십여 명의 영감 직속 위사들이 있었다.

 위사들은 무장한 채 매우 중요해 보이는 하게 상자를 지키고 있다.

보물 상자 같기도 하고, 의상상자 같은― 6살인 내가 통째로 들어가서 숨바꼭질 은신처로 쓸 수 있을 만큼 큰 상자다.

 아무래도, 이것이 나에게 주는 선물인 것 같다.

"이게 선물이야?"

"음, 그렇단다. 어이."

 영감은 위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상자 양쪽 옆에 있는 두 위사가 상자 뚜껑을 열었다.

 ……부드럽게, 신중한 손놀림으로.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 세공을 다루는 듯한, 굉장히 신중한 손놀림이다.

 상자 뚜껑이 열리고 안에서 알이 보였다.

상자 사이즈에 딱 맞는, 6살인 나와 비슷한 크기의 달걀이다.

"알? 저게 뭐야"

"음, 레드 드래곤의 알이란다"

 영감은 득의 양양한 얼굴로 자랑하듯이 말했다.

"레드 드래곤이라니... 그?"

"알고 있는 게냐 마테오."

"응. "

 나는 분명히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6세 아이에게는 모르는 일이지만, 나는 엄청난 양의 책을 읽고 있었다.

 책에서 얻은 지식은, "알고 있는 게냐 마테오"라는 질문에 답변할 때 사용하면 할아버지가 굉장히 기뻐한다는 것도 경험했다.

 지금도 나는 레드 드래곤이라는 말을 듣고 기억 속에서 그것을 꺼냈다.

"분명히 전설의 용이지? 용종 중 최상위 종으로 힘과 마력이 절대적이어서 한 마리가 일군에 버금갈 정도의 힘을 가졌대."

"음"

"그리고... 깊은 지혜와 지성도 가지고 있다고"

"오오!"

 영감은 웬일인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왜, 왜 그래?"

“그 말대로란다. 역시 마테오는 똑똑하구먼."

 무슨 일인가 했더니 단지 나를 칭찬하는, 평소의 영감 바보일 뿐이었다.

"이게 바로 레드 드래곤의 알이란다"

"진짜야?"

 이번엔 내가 놀랐어.

처음 레드 드래곤의 알이라고 들었을 때는 감이 오지 않았지만, 스스로 레드 드래곤 생각이 나서 말했기 때문에, 그 대단하다는 생각이 늦었다.

"틀림없겠지. 어떤 곳에서 황제께 진상하기로 한 것을, 내가 가로챘단다."

"네에!? 그래도 괜찮은 거예요?"

슬쩍 엄청난 말을 말을 하고 있다.

“상관없어. 그 애송이가 레드 드래곤의 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보물을 썩히는 것뿐이지. 그렇게 되기보다는 내가 가로채서 활용하는 게 나을 거란다."

더욱 터무니없는 소리를 술술 한 할아버지.

아니, 활용 같은 말을 운운하는 것이 아니라, 황제에게 진상하는 것을 가로채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입니다만…….

게다가 황제를 "애송이"라고 부르다니…… 잘못하면 불경죄로 끌려갈 정도로 난처한 일인데.

 ……뭐랄까, 영감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도 신경 쓰지 않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너무 신경 쓰다가 대머리가 되는 건 싫으니까.

"할아버지는 이걸 어떻게 활용할 거야?"

"음, 마테오에게 선물해야지"

"……에에에에엣!?"

 충분히 3초간 어리둥절하고 난 후, 나는 크게 소리를 지를 정도로 놀랐다.

"저, 저한테 선물?"

"음, 그렇지."

"왜?"

"활용한다고 했지? 마테오에게 선물하는 것 이상의 활용법은 없단다. 어때, 기쁘지?"

"으음... 응... 네?"

 아직도 놀람 쪽이 더 크고,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의문형이 되어 버렸다.

“이대로 부화할 때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

"부화할 때까지……앗."

 나는 깜짝 놀랐다.

레드드래곤― 이기 전에, 드래곤 전반에 관한 지식이 생각났어.

"확실히 드래곤 종이란, 알에서 부화했을 때 처음 본 상대를 부모라고 생각했지."

"그런 것이란다."

 영감은 씩, 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신난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부화할 때까지 마테오가 갖고 있는다면 부화한 레드 드래곤은 마테오를 부모라고 생각할 것이다. 함께 성장한 레드드래곤은 가장 큰 친구가 될 것이야."

나는 여러 가지로 이해했어.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개를 키우기 시작해 아이와 함께 성장시키면 정서교육에 좋다고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어렸을 때는 좋은 놀이 상대가 돼.

소년 시절에는 좋은 이해자가 된다.

청년 시절은 죽음으로써 생명의 고귀함을 전한다.

 그리고 그 비슷한 걸 영감은 드래곤으로 나한테 하려고 하는 거다.

"그런가……"

"그걸 생각하면, 더욱더 그 애송이에게 주는 게 아깝지 않니? 황제 따위, 주위에 돈주머니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영감의 의도를 새삼 이해했지만, 말투는 역시 조금은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마음을 고쳐먹고 할아버지께 감사 인사드리기로 했다.

"고마워 할아버지."

"무얼 무얼, 기뻐해 주니 나도 기쁘구먼."

"이 알을 얼마나 오래 두면 되는 거야? 새알처럼 이대로 따뜻하게 두면 되는 거야?"

읽은 책의 지식 속을 뒤지지만 그에 관련된 것은 없었다.

드래곤의 알을 깨는 부화하는 방법이라던가, 응, 역시 없어.

"그럴 필요는 없단다. 그보다, 꼭 붙어서 보고 있을 필요도 없지."

"그런 거야?"

“음. 궁중 마술사들에게 알아보게 했지. 마력의 파동으로 보아 7일 후에 부화한다고 하더군.

"그런 걸 알아?"

"드래곤은 마력이 강하니까 말이지. 사람으로 치면 뱃속에 있는 태아의 심음이 들리는 것과 비슷한 거란다."

"아하, 그런 거구나."

 그거 재밌네, 공부가 됐다.

그런 것이라면, 우선 6일간은 계란을 어딘가에 신중하게 보관해 두는 게 좋겠군.

그렇다고 해도……레드 드래곤의 알인가.

 나는 왠지 알에게 다가갔다.

"앗―"

 그것을 지키고 있는 위사가 반응했다.

나를 말릴 것인가― 순간 반응했지만, 판단이 서지 않아서 영감에게 시선으로 물었다.

“괜찮다, 마테오에게 줄 선물이잖아. 좋을 대로 두거라."

 영감이 말하자 위사는 잠시 안심한 듯 나를 말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마음은 이해가 간다.

명령하지 않은 것을, 재차 위의 사람에게 보증서를 받으면 안심하지.

 일하다 보면 그런 게 자주 있어.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어째선지 알을 만져 보았다.

영감이 말하는 심음이라는 비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져봤지만 물론 심음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알이 빛났다.

"어?"

"뭐, 무엇이냐?"

 초조한 나, 놀라는 영감.

 그러는 동안에도 빛은 점점 강해져 갔다.

나는 손을 되돌리려고 했다―만.

손이 알 표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괜찮느냐 마테오!"

"으, 응. 손이 붙어서 떨어지지 않지만"

"뭐라고? 여봐라! 어서 알을 부숴라"

영감은 고심 끝에 1초도 채 되지 않아 옆에 있는 위사에게 명령했다.

 나는 그것에 놀랐다.

"에에에!? 잠깐만 할아버지, 이건 귀한 알이잖아."

"상관없다, 마테오의 안전과 바꿀 수는 없어!"

 영감은 딱 잘라 말했다.

"부숴라!"

"핫!"

영감― 윗사람의 망설임 없는 지시에 용기를 얻어, 위사들은 일제히 들고 있는 창을 겨누었다.

그대로 - 계란을 찔렀다

그러나 창 끝은 알에 닿지 않았다.

빛이 보이지 않는 벽이 되어 전원의 창을 막았다.

 위사들은 "에잇!" "하앗!" 하고 몇 번이나 쏘아붙였지만 알에게 그 공격이 닿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으음, 이리 줘라, 내가 직접――"

 영감은 위사 한 명에게서 창을 빼앗아 직접 알을 깨려고 했다.

 다음 순간 상황은 더 달라졌다.

그전까지 알만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몸까지 빛이 났다.

"마테오!?"

놀라는 영감.

"괜찮느냐 마테오!"

"으, 응. 특별히……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내 손을 보았다.

알과 이어져 있지 않은 쪽 손을 쳐다봤다.

빛나고 있지만 특별한 뭔가가 있지는 않았다.

그저, 내 손― 몸이 빛을 발하고 있을 뿐이다.

 그 빛이 서서히 내 몸에서 알로 옮겨갔다.

마치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두근.

"어?"

"왜 그러느냐!?"

"방금, 소리가"

"소리?"

― 두근.

"또 들렸어― 심장소리?"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알쪽을 보았다.

 빛이 빨려 들어간 후에 들을 수 있게 된 심음.

차분히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소리는 귀가 아니라 손바닥을 통해 들려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상한 감각이다.

어떻게 들리냐고 물어본다면 굉장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손바닥을 통해서 들려 온다는것을 알수 있다.

확신한다.

곧이어 알이 번쩍― 빛났다.

 그때까지 희미하게 빛나고 있던 것이, 폭발적으로 빛이 퍼져나갔다.

"큭!"

나는 달라 붙지 않은 반대편 손으로 눈을 가리고 고개를 돌렸다.

"마테오!!"

영감의 고함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조금씩 조금씩 빛이 가라앉아 갔다.

이윽고, 빛이 완전하게 안정 됐다. ― 그 직후.

"뮤!"

 뭔가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멈춰세울 새 없이 덤벼들었고, 나는 뒤로 넘어져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덤벼든 그 뭔가는 내 배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얼굴을 핥고 있다!

"뮤―, 뮤―!"

 눈을 떠보니 작은 생물이 내게 얹혀서 얼굴을 날름날름 해 오는 것이 보였다.

이것이 나와 전설의 레드 드래곤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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