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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1화 귀족의 손자가 되었습니다.

판타지/보답받지 못했던 마을 사람 A

by 책방사장 2020. 6. 2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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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답받지 못했던 마을 사람 A, 귀족에게 주워져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 데다, 실은 가지고 있던 전설급 신(神) 스킬도 각성했다.

1화 귀족의 손자가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다리 밑에 버려져 있었다.

원인은 알 수 없다.

게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아기가 되어 있었다.

원인은 역시 알 수 없다.

 여기는 어디야, 나는 누구야? 그런 상태에서 벌써 반나절이 지났다.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려고 했는데 아기 울음소리밖에 안 나와서 실컷 울었더니 목이 쉬어버렸다.

팔, 다리를 어떻게 움직여 보았다.

이쪽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통통하고 짧은 손발로는 일어서기는커녕 뒤척일 수조차 없다.

 이대로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다리 밑에 버려진 아기

굶어죽는 것과 들개에 잡아먹혀 죽는 것, 어느 쪽이 덜 고통스러울까?

그런 식으로 현실도피해보기도 했다.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다리 바로 위를 지나 서쪽으로 떨어진다.

가만히 있었더니 좀 체력이 돌아와서 조금만 발버둥 치며 울어봤다.

응애, 응애― 하고, 역시 아기의 울음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후우, 역시 아기인가."

오오, 하고 생각했어.

나의 울음소리에 반응하여, 쉰듯한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노인 같은 목소리다.

 직후, 몸 아래로 팔이 꽂혀, 안아 올려졌다.

그리고 눈앞에 노인의 구겨진 얼굴이 매우 가까이서 보였다.

 노인은 나를 부둥켜안고 나를 감싸고 있는 누더기 천을 뒤적거렸다.

"신원을 알 만한 것은 …없나?"

 없는 건가, 싶었다.

 뭐, 없겠지.

다리 밑에 버리고 갈 정도니, 신원을 알만한 것은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있어도 기껏해야 「주워 주세요」라든가, 「이름은 ○○이다」라든가, 그런 것일 것이다.

"이름이 적혀있지도 않은 것 같구먼"

그것도 없는 건가.

완전히 버려진 아이로군.

왜 버려졌는지― 애초에 왜 아기가 되었는지는 역시 모르는 채지만.

그렇지만 뭐, 이걸로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노인의 말투로 보아, 이대로 나를 두고 갈 것 같지는 않다.

굶어 죽거나 들개의 간식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노인은 나를 쳐다보았다.

나도 노인을 다시 쳐다보았다.

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리를 내려고 해도 울음소리뿐.

그래서 쳐다봤어.

주워 주세요―라고 눈빛으로 호소했다.

"신기한 아기지 않은가"

 한참을 바라본 후 노인은 혼잣말을 했다.

으음? 나한테는 보이지 않는 뭔가 이상한 것이라도 있는 걸까?

「아기답지 않게 침착한 눈을 하고 있어. 마치 어른 같은 눈이야."

…….

그거 정답.

 왜냐하면 난 사실은 아기가 아니라 어른이거든.

그게 눈에 보이는 건가... 자기 눈은 스스로 알 수 없으니까 말이지.

"점점 신기해지는구나, 마치 내 말을 이해하는 것 같은 모양이구먼."

그것도 굉장히 정답이다.

“똑똑한 아이구먼. 음, 이것도 무슨 인연이구나. 내가 맡아주마."

 노인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조금 안심했어.

이로써 최악의 사태는 피한 걸까.

"여기 있나, 사이먼."

"협, 여기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 '절걱'하고 자갈을 밟은 구두 소리가 났다.

이쪽은 중년 정도되는 남자 목소리다.

매우 차분하고, 노인에 대한 공손함이 담긴 목소리다.

"그대는 한발 먼저 돌아가 아기용 우유나 기저귀. 그것 말고도 아기에게 필요한 것을 한 벌 준비해두게."

"알겠습니다. 저택 하인 중 얼마 전에 출산한 사람이 있는데 유모를 시키시겠습니까?"

“호오, 그건 괜찮지. 음, 아기는 모유로 키워야 하지. 그게 더 건강하게 자랄 것 같구먼. 그것도 준비시켜라."

"본부대로 하겠습니다. "

"나머지는 모두 그대에게 맡긴다. 잘 조치해두게."

"핫"

 짧게 응하고 고개를 숙이는 듯한 느낌이 든 뒤 자갈 밟는 발소리가 서서히 멀어져 자리를 떴다.

나는 생각했다.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갓난아기인 나로서는 고개를 돌려서 그쪽을 돌아보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소리와 말투, 게다가 노인과 주고받은 걸로 보아 아무래도 노인은 어느 집의 주인이고, 남자는 꽤 상급 사용인 같다.

집사.....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집사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이 영감은 ……자산가?

“좋아, 우리도 슬슬 가볼까?”

 노인은 나를 안은 채 걷기 시작한다.

다리 밑을 나와서, 본 적도 없는 거리를 걸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난 안심했다.

일단 주워졌으니 당장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때의 나는 아직 몰랐다.

나를 주워준 이 할아버지의 이름은 로렌스.

풀네임은 '로렌스 그레이엄 록웰'이라 한다.

 거창한 이름에 걸맞은 지위― 제국의 공작이라는 굉장히 위대한 인간이었다.

그저 서민이었던 나는 어째선지 버려진 아이가 되고, 다시 주워지고.

 귀족의 손자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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