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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손자에게 흠뻑 빠진 노귀족.

판타지/보답받지 못했던 마을 사람 A

by 책방사장 2020. 6. 2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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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답받지 못했던 마을 사람 A, 귀족에게 주워져 맹목적인 사랑을 받는 데다, 실은 가지고 있던 전설급 신(神) 스킬도 각성했다.

프롤로그

2화 손자에게 흠뻑 빠진 노귀족.

마테오 로렌스 록웰.

귀족의 이름을 받고, 귀족의 손자가 된 지 6년.

버려진 아이였던 나는, 한창 귀여운 나이의 6살이 되어 있었다.

왜 그날 아기가 되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

왜 그날 아기가 다리 밑에 버려졌는지도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몰라도 아무 문제는 없었다.

나를 주워주고 이름의 일부를 준 로렌스 영감이 부모님을 대신해서 나를 비호해 주었기 때문이다.

주워진 아이니까 정식적으로 귀족은 아니지만, 로렌스 할아버지가 자신의 이름을 나의 미들 네임으로 지어주었다거나,

「마테오」라고 옛말로 「신의 선물」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주었기 때문에, 나는 세상의 9할 9푼 9분의 인간보다 안심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날도 저택 침실에서 눈을 떴다.

영감이 나만을 위해 지은 저택으로, 나의 하인을 위한 방이 20개를 넘을 정도의 넓은 저택이다.

그렇게 넓은 저택이니까 당연히 나 혼자가 아니다.

"안녕히 주무셨나요. 도련님."

"응"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나에게 메이드 로라가 나타나 옷을 갈아입혀주었다.

내가 침대에서 내려 멍하니 서 있으니 그녀가 익숙한 솜씨로 맘대로 갈아입혀 주었다.

 옷을 갈아입고 난 뒤에는 양치질도 시켜주었다.

영감에게 주워지고 귀족의 손자가 된 내가 가장 놀란 것이 이 아침의 양치질이다.

귀족들은 매일 아침 양치질을 하는 것에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

 게다가 칫솔을 사용하고 있다.

칫솔이라고 하는 건 굉장히 고급품이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나무를 깎아낸 손잡이에, 돼지의 등에서 떼어내는 딱딱한 털을 심은 것이다.

 이 털이 엄청난 것이다.

 칫솔로 쓸 정도의 딱딱한 모발은 돼지 한 마리당 대체로 칫솔 한 개 분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의 희귀품이다.

 그래서 칫솔은 엄청 고급품이다.

이거 하나면 서민 벌이의 사흘 치는 된다.

 그렇게 비싼 것이기 때문에 귀족만 쓸 수 있는 물건이다.

 참고로 서민 중에도 양치질을 하는 사람은 있지만 칫솔은 고급품이 아니라 손가락에 실을 감아서 이를 닦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

 당연히 털 브러시와 달리 미세한 틈새까지는 닦을 수 없다.

 머리와 마찬가지로 치아에도 돈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귀족은 치아와 머리카락으로 구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양치질을 메이드가 손에 익은 느낌으로 깨끗하게 잘 닦아 줬다.

 마지막으로 세수를 해주고, 가볍게 향수도 뿌려줬다.

 귀족들은 향수를 고집하고 있다.

 향수는 종류에 따라 뿌리고 나서 최고의 냄새가 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귀족들은 정오쯤 가장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으니 그에 맞춰서 향수를 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은 여섯 살인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아침 몸단장이 끝나고 머리가 맑아져서 완전히 각성했다.

 참고로 한번 궁금해서 알아봤지만, 이 아침 준비에 드는 돈만으로도, 서민의 일주일 치 수입 정도는 사용하고 있다.

 그때는 귀족(의 손자)란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

 스무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식당 안에서 나는 길쭉한 식탁 상석에 앉아 요리사들의 도움을 받고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도 호화로운 식사에 입맛을 다시는데, 안경에 바짝 다신 머리의 메이드장 바이올렛이 옆에 와서 인사를 하고 나서 말하기 시작했다.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야?"

"조금 전 연락이 왔습니다. 큰 주인님께서 점심때쯤 오신다고 합니다."

. . . .

"할아버지가?"

 나는 고개를 돌리면서 되물었다.

큰 주인님― 로렌스 그레이엄 록웰 공작, 즉 나를 주워준 그 노인에 관한 것이다.

나는 속으로 '영감'이라고 부르지만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는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그 영감이 온다는 연락이야.

"그렇습니다. "

“알았어. 밥 먹고 책 읽고 있을 테니까 오면 가르쳐 줘. 나머진 다 부탁할게."

"잘 알았습니다. "

바이올렛은 다시 한번 인사하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

 그 등을 배웅하면서 나는 약간 쓴웃음을 지었다.

영감 또 오는 건가. 생각했다.

사흘 전에도 왔으니까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

영감이 올 때까지 나는 바이올렛에게 선언한 대로 저택의 서고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술집만 한 넓이에 서고 안에는 빽빽하게 책장이 늘어서 있고 책으로 가득했다.

 귀족의 손자가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을 무제한 읽을 수 있는 일이 특히나 기쁜 일이다.

 책은 비싸니까.

 일반 서민이라면 한 집에 한 권이라도 있으면 이제 그것은 집안의 보물이다.

어쨌든 비싸다.

 종이의 질을 맞추거나 같은 크기로 자르거나 표지를 꾸미는 등, 모두 돈이 들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장인에 의한 수작업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에 더해, 내용의 대부분은 손글씨― 이른바 사본이다.

사람의 손으로 베껴 쓰고, 또 내용이 틀리지 않은지 체크도 사람 손으로 한다.

여기서도 돈이 많이 든다.

 요즘은 '목판인쇄' 같은 것도 있지만 이것도 돈이 많이 들고 시중에 나오지 않는다.

 또한 '정령판'이라고 불리는 사람의 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령(政令)의 손에 의한 책이 있다.

 그런 건 아무리 귀족이라 해도 없다.

 대부분 국가가 소장하고 있는 국보급 보물들이다.

나는 어쨌든 그런,'정령판'이외의 책을 읽었다.

틈만 나면 책을 읽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내가 '귀족'이 아니고 '귀족의 손자' 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할아버지의 비호 아래 있지만, 록웰 가문에는 제대로 된 후사가 있다.

 영감의 아들과, 제대로 피가 이어져 있는 영감의 손자다.

 록웰 가문은 그렇게 계승되어 가고, 나는 명목상 그저 식객일 뿐이다.

 언젠가 먼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는 내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를 위해, 나는 가능한 한 지식을 쌓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지식이란 무기다. 무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영감이 올 때까지 책을 탐독하고 있었다.

“오, 여기에 있었나 마테오!”

쉰 것 같은 목소리, 그러나 흐뭇한 목소리와 함께 영감이 서고에 들어왔다.

방에 들어오고, 곧바로 나를 향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쪽의 대답을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안아 올렸다.

70세 노인과 6세 남자아이.

옆에서 보면 할아버지가 손자를 귀여워한다는 흐뭇한 광경이다.

“내려줘 할아버지, 또 허리 다친다고?."

. .

전에도 나를 안다가 허리가 삐끗한적이 있으니까, 나는 아이의 말투로, 걱정하는 모습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걱정하신 영감은 점점 더 기쁜 듯이 환하게 웃었다.

"괜찮다 괜찮아, 손자를 안다가 허리를 다치는 거라면 오히려 더 바랄 게 없지."

 그런 속셈이 이었나!

 하고 생각 속에서 척수 반사적으로 반박했지만, 나는 혹시나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신기한 것으로, 자기 자식보다 손자가 더 귀엽다니 노인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경험이 없는 나도 알만큼 흔한 이야기다.

 나를 한 번 안아본 뒤 영감은 나를 내려놓았다.

그대로 눈높이를 맞추고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잘 지냈느냐, 마태오."

"응. "

“그런가 그래. 음, 오늘도 책을 읽고 있었던 것 같구나.”

“응, 오늘은 벌써 두 권이나 읽었어.”

“그렇구나? 대단하구나 마테오. 아직 점심인데 오늘만 벌써 두 권이라니.”

"응. 고마워 할아버지, 책을 많이 모아줘서."

 나는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했다.

진심으로 감사하는 것이다.

이곳의 책은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할아버지가 나만을 위해 모아준 것이다.

 귀족의 손자로서 고급 생선을 줄 뿐만 아니라, 초고급 낚싯대와 낚시 법도 가르쳐 주는 영감이다.

감사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속마음이다.

"후후, 마테오는 여전히 신기한 눈을 하고 있구나."

"그런가?"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시치미를 딱 뗐다.

할아버지가 나를 주웠을 때도 말했던 신기한 눈.

그걸 너무 깊이 파고들면 곤란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시치미를 뗐다.

"나는 잘 몰라"

"허허, 그럴 만도 하지."

영감은 허허거리며 대소했다.

몹시 유쾌한 듯이 크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

"괜찮다 괜찮아, 책도 어디서 수납된 채 썩어가는 것보다 읽어주는 게 더 좋은 게지."

 할아버지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 채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귀족의 손자― 귀족.

나는 이 사람― 나라에서 세 명밖에 없는 황제에 버금가는 대 권력자에게 손자로서.

엄청나게, 맹렬하게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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